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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탄신 120주년 추모식_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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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위기념사업회
댓글 0건 조회 2,297회 작성일 17-09-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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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 2017.08.29.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말로가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는 실증이 보여주고 있어 별다른 부연이 필요 없다. 초대 이승만은 영구집권을 시도하는 부정선거를 획책하다가 4.19혁명으로 쫓겨났고, 유신과 긴급조치로 독재를 강화한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숨졌다. 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을 대량 학살한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로 나란히 철창에 갇혔으며, 김영삼과 김대중은 부정한 돈을 받아먹은 아들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참사를 겪었다. 노무현과 이명박은 형님들의 부정부패로 망신살이 뻗쳤다. 유일한 여성대통령의 영예를 안았던 박근혜는 엉뚱하게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치했다가 투옥되어 재판을 받는 처지다. 이들 외에 대통령을 역임한 분은 윤보선과 최규하다. 최규하는 신군부 집권의 마중물 역할을 하다가 이름만 대통령이었을 뿐 실제적인 거론이 필요 없는 분이지만 윤보선은 다르다. 그는 부정선거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승만을 추방한 4.19혁명의 각광을 받으며 내각책임제 하의 대통령으로 국회에서 선출되었다. 경무대를 청와대로 개명한 것도 윤보선이다. 더구나 총리 지명권을 가진 그가 뿌리 깊은 민주당 신구파 중간에서 구파인 김도연을 지명했으나 국회인준에 실패한 후 신파인 장면을 지명하여 겨우 국정의 기틀을 잡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능한 장면정부는 박정희도당의 군사쿠데타 계획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면서도 체포명령조차 내리지 못하고 5.16을 맞이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거룩한 피로 얻어낸 4.19혁명의 함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시점에서 정권은 군인들에게 넘어갔으며 이 때 부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숨통이 막힌 채 박정희가 휘두르는 시퍼런 칼날에 끌려 다니게 되었다. 이에 가장 분노한 사람이 윤보선이다. 야당과 재야인사 그리고 청년 학생들은 최고의 정치선배인 윤보선의 집을 찾았다. 박정희에게 두 번씩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해위 윤보선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자신이 총리로 지명했던 장면정부가 쿠데타에 희생되면서 민주주의가 말살될 위험에 처한 것이 그의 책임감에 불을 붙였다. 국민에게 빚을 졌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안국동 해위자택은 모든 민주인사들에게 활짝 열렸다. 정보당국은 근처 집을 사들여 망루를 짓고 출입자의 감시에 여념이 없었다.

서민들이 보면 99칸 한옥은 대궐 같았지만 문턱은 낮았다. 해위의 이름은 민주구국선언에서는 물론 민주회복국민회의 등 무수히 만들어진 수많은 민주운동 단체의 맨 꼭지에 올랐다.

나는 ‘80년 이른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대전교도소로 이감되었을 때 뜻밖에도 해위선생과 유진오박사의 위로편지를 받고 감격했다. 나는 지난 3월3일 아산에 있는 해위묘소에 참배했다. ’90년 7월18일 서거하신 후 영결식에만 참석했다가 지금껏 한 번도 참배하지 못했는데 27년 만에 찾았다. 아산출신 이진구 전의원의 안내를 받았다. 해위 생전에 “내가 묻힐 곳이 여기다” 하시면서 손수 안내했던 선영이지만 막상 묘소조성 후에는 처음이다. 서둘러 절부터 올린 후 묘소를 둘러보니 참으로 검박하다. 비석도 낮으막이 가로로 세워져 권위의식을 없앴다. 그리고 8월26일 안동교회에서 해위 윤보선탄신 120주기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교회에서의 행사라 황영태목사의 집례로 김성수 성공회주교의 기도, 손인웅목사의 축도 등을 마치고 윤보선 민주주의연구원과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추모식에 들어갔다. 김학준원장의 개회인사와 김원기 전국회의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의장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이 날 추모식에 참석한 분들은 대부분 해위와의 개인적인 인연이 많은 분들이었으며 요즘 잘나가는 신진정치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단 한 사람도 없다. 백기완 장영달 최열 현승일 송철원 안용환 곽영훈 이종찬 조기상 김옥선 김도현 등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학계와 종교계 등에서도 많이 참석했으며 해위의 두 아들 상구 동구씨는 고택 정원에 저녁상을 마련하여 음복까지 하게 했다. 해위의 나라사랑 정신은 영원무궁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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